12/7 - 31 건축가 승효상 드로잉 프린트 증정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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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 한자 家具를 가만히 살피면 마치 가구의 본질이 자형 자체에 있는 듯 하다. 家는 집이라는 뜻의 宀(면)과 가축인 豖(축)이 결합된 글자이며, 具는 솟 鼎(정)과 받들 廾(공)으로 된 글자인데 각각 밑에 붙은 글자를 떼면 宀과 月이 남는데 이 형상이 가구의 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단히 단순하며 정직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가구의 본질과 같다고 했으며 ‘이로재 오브젝트’의 로고로 쓰게 되었다. 더구나 “집 위에 떠오른 달”이라는 단어의 이미지를 선사하기도 한다.

건축은 반드시 어떤 특정한 땅 위를 점거하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건축은 장소성이 그 건축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건축의 본질은 공간에 있으며 겉모양은 그 공간을 형성한 결과일 때 정직한 건축이라고 일컬어진다. 또한 건축은 목적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배경으로 존재해야 하는 까닭에 단순하고 침묵할수록 아름답다.

가구도 다를 바 없다. 비록 공장에서 제작되고 여기저기로 옮겨 다닐 수도 있는 작은 시설이지만 가구의 본질 역시 인간의 삶을 위한 도구이다. 다만 이 가구는 공간 속의 한 오브제로도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데, 그것은 단순히 보는 대상으로서의 오브제가 아니라 그 가구가 갖는 공간의 장악력, 그 가구가 촉발하는 행위의 형태가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긴장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구 역시 그 본질적 의미에 성실히 복무하는 디자인과 제작방식이 필수적이다.

이로재 오브젝트의 가구는 그래서 단순하고 정직하다. 목재의 목리를 중요하게 여기며 특히 부재가 결합되는 방식을 고민한다. 목재가 목재에게 말하듯 이로재 오브젝트 가구의 결구방식은 목재끼리만 이루어진다. 그 속에는 서로를 의지하게 하고 더러는 서로 놓치지 않으려는 긴박함도 있지만 이 관계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결국 평화다. 이로재 오브젝트의 가구가 의연 조용하고 단순하며 검박하게까지 보이는 까닭이다. 사유와 명상을 위한 가구. 몸의 안식과 더불어 영성이 깃드는 작은 시설. 그래서 수도원의 가구라는 부차적인 이름을 붙였다.